반 년에 한 번 쓸 수 있는 아주 소중한 휴가를 질렀다.
 일기예보에 이번 주에는 날씨가 좀 풀린다 싶어서 상당히 기분이 좋았는데, 주 중에는 비와 눈이 계속 내리고 있다. 빌어먹을 기상청아.
 월요일 화요일은 밀린 피로를 보충했다. 드래곤 볼 온라인도 하고, 밀린 미드도 보고, 논문도 좀 읽고 방 정리도 좀 하고. 여기까지는 아주 좋았다.

 어제는 집 수도관이 터져서 물 난리가 났다.
 처음에는 물이 많아서 난리, 나중에는 물이 안나와서 난리.
 씻을 수가 없어서 상황을 지켜보느라 뭉기적 거렸는데, 오후가 되어 학교를 가기로 마음 먹고 나오다가 방 앞에서 물을 밟고 크게 자빠졌다.
 그냥 넘어졌으면 아이쿠 하고 말았을텐데 한 쪽 발가락은 방 틀에 걸려있고 다른 한 쪽은 물에 미끄러져 다리를 좌악 찢었다. 무릎에 체중이 모두 싣리면서 볼쌍사납게 쿵 찧고 말았다.
 방 틀에 걸린 발가락은 찢어졌고 무릎은 충격으로 인해 삐그덕, 그 와중에 균형 잡겠다고 무리한 동작을 펼친 탓인지 허리도 삐끗했다.
 결국 깔깔이 걸치고 누워서 끙끙대다가 잠들어 하루를 마감해야 했다. 최악의 하루.
 오늘도 몸이 좋지 않다. 살 빼야겠다.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.

 오늘도 하늘은 우중충하다. 해왔던 서류 작업에 오류가 나서 고쳐야 한다.
 휴가를 핑계로 연구에 전념하지 않았는데, 휴가가 끝나려고 하니 마음이 조급하다.
 조급한 마음에 머리가 복잡해 논문이 잘 읽히지 않는다. 그래서 블로그에 밀린 포스팅을 해 본다.
 들어와보니 그 전에 몇 줄 쓰다가 그만 둔 많은 글들이 보인다. 마음이 안잡힌 것은 오늘 하루 뿐만이 아닌 모양이다.

 오늘로서 정식 휴가는 끝이 난다.
 난 마음과 몸의 휴식을 즐기지 못했고, 아무런 연구적 성취도 없었으며, 충분한 렙업을 하지 못했다.
 무엇보다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득 가지게 되었다.
 차라리 휴가가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.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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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0/02/12 16:21 2010/02/12 16:21
일상(日常) l 2010/02/12 16:2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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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downdew  댓글주소  수정/삭제  댓글쓰기 2010/02/15 21:34

    설명이 디테일하다.
    우왕.

  2. 임곰  댓글주소  수정/삭제  댓글쓰기 2010/02/16 17:46

    "차라리 휴가가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."

    모든 직장인들이 휴가를 쓰고 나면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요 ㅎㅎ;;

    아직 휴가가 없는 저로선... ;;

    그나저나, 크게 안다치셔서 다행이네요 ;ㅁ;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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